전 세계적으로 탄소배출량과 관련해 기업에게 요구하는 의무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기업 상당수가 대응 경험과 전문성을 갖추지 못해 시급한 준비가 필요하단 것입니다.
당장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나 ‘공급망 실사지침(CSDDD)’ 등 유럽연합(EU) 같은 주요국이 여러 정책을 통해 기업에게 배출량 감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기업들은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하고 협력사에 온실가스 배출량 등 정보 공개와 감축을 모두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소·중견기업들은 상황이 다릅니다. 자본과 인력 모두 부족합니다. 디지털 전환 등을 위한 정부 지원사업 역시 충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올해 녹색전환연구소가 ‘중소·중견기업의 탈탄소화 전환’을 주제로 수행한 연구에서 잘 드러납니다.연구에 참여한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정부에서 제공하는 컨설팅과 교육 지원은 제도 소개에 그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탈탄소화의 중요성이나 규제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례로 2023년 중소기업중앙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곳 중 8곳은 CBAM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최현준 카본사우루스 대표는 기업들이 문제를 빠르게 인식하고 대응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피력했습니다.
“공급망까지 모두 관리 필요…비효율성 줄여야” 🤔
카본사우루스는 2022년 11월 설립된 탄소회계에 특화된 국내 기후테크 스타트업입니다.
국내외 유수 투자사로부터 투자를 유치했고, 중소벤처기업부의 팁스(TIPS)에도 선정됐습니다. 올해에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으로부터 유망 SaaS(소프트웨어 기반 서비스) 개발 육성지원사업에도 선정됐습니다.
그리니엄은 기업들의 탈탄소화를 도울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본사우루스의 최현준 대표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는 지난달 2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이뤄졌습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배출량의 ‘측정·보고·검증(MRV)’이 전제가 돼야 합니다. 정확한 배출량을 먼저 알아야 감축 전략을 단계적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상당수 기업은 배출량 데이터를 엑셀로 수기로 입력해 관리합니다. 데이터 취합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뿐더러, 입력 과정에서 인적 오류가 발생하는 일도 잦습니다.
최 대표는 “기존의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위해서는 (배출량 관리가) 모든 기업이 큰 투자를 해야 할 만큼의 큰 업무가 아니었을 수 있다”며 “좀 비효율적이기는 하나 엑셀이나 수기로 관리가 가능했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란 것이 그의 말입니다.
“국제적 요구사항에 맞추어 해외 사업장 나아가 공급망 전체까지 관리해야 하다 보니 (수집해야 할) 데이터가 더 많아졌고, 그 양도 방대해졌다”고 최 대표는 설명했습니다.
덧붙여서 “탄소중립과 관련한 외부 요구사항이 과거보다 훨씬 더 큰 시스템의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며 “기업 내부 시스템뿐만 아니라, 공급망 데이터·에너지 시스템 데이터와도 연계가 필요하다”고 그는 피력했습니다.
그 결과, 방대한 데이터 취합과 관리 과정에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최 대표의 말입니다.
“스코프1·2·3 한번에 관리” 원스톱 플랫폼 ‘카본트랙’ 📊
최 대표는 카본사우루스가 개발한 ‘카본트랙(carbonTrack)’ 서비스가 여러 기업의 비효율적인 업무를 개선해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카본트랙은 모든 기업이 탄소중립에 동참하는 것을 돕기 위한 기업용 탄소중립 플랫폼입니다.
카본트랙은 기업의 스코프1·2·3 배출 데이터 전 범위에 걸쳐 탄소배출량을 산정해 모니터링할 수 있습니다.
사업장 내 일일·월별 전기·가스사용량을 카본사우루스가 자체 개발한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통해 자동으로 수집합니다. 이전과 달리 사람이 일일이 데이터를 취합해 수기로 입력할 필요가 없습니다. 시간과 비용이 모두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여기에 카본트랙은 수집한 자료에 식별번호를 부여하고 증빙자료와 함께 저장함으로써 위조를 방지할 수 있는 데이터를 생성합니다. 다른 곳의 경우 보통 엑셀 속 입력된 숫자와 증빙자료를 하나하나 검토하는 방식으로 검증이 이루어집니다.
최 대표는 “한국에 사업장이 한 1,000개 정도 되는 기업의 경우 1,000개 사업장 모두에서 전기·가스사용량 고지서를 다 수집해야 한다”며 “이를 증빙자료로 남기기 위해 하나하나 다 스캔을 뜨고, 엑셀로 수기로 입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달리 카본트랙은 자동화를 통해 편의성과 효율성을 높였습니다. 고객이 여러 번 방문하거나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을뿐더러, 복잡한 계산 절차로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도 없습니다.
그는 “방대한 시스템적 변화를 도입하기 이전에 작은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한 변화부터 시작할 수 있다”며 “카본트랙은 데이터 수집의 작은 범위부터 시스템 전체 전환까지 고객 맞춤형으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친환경 증명’ 저탄소소재·배양육 등 스타트업 의뢰 ↑📈
최 대표는 최근 카본사우루스가 친환경 신사업을 하는 기업들로부터 의뢰를 많이 받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위 ‘에코테크’ 스타트업들입니다. 주로 자원순환이나 저탄소원료·친환경 제품을 개발하는 곳들입니다.
이들 기업 역시 계속해서 친환경성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해당 제품이 기존 제품과 비교해 배출량이 적게 나왔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논란에 휩싸일 수 있습니다.
이들 업체의 배출량 수치화 작업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11월 카본사우루스는 바이오매스 신소재 업체 어라운드블루와 업무협약(MOU)을 맺었습니다. 카본사우루스가 제품의 탄소발자국을 산정을 도와주는 구조입니다. 어라운드블루는 덕분에 바이오매스 신소재의 탄소배출량 저감에 대한 성과를 입증할 수 있게 됐습니다.
최 대표는 “어라운드블루의 경우 자체 개발한 친환경 소재를 대기업이나 외국 기업에게 납품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원청사와 투자사에서) 계속 수치를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말했습니다.
푸드테크 업체로부터의 문의도 있었습니다.
한 국내 배양육 업체는 카본사우루스 측에 제품의 탄소배출량 산정 작업과 사업장 내 배출량 모니터링 서비스를 요청했습니다. 이 업체 역시 해외에 배양육 제품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관련 수치를 요구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행착오 줄이며 빠르게 진행…맞춤형 서비스 목표” 🔔
소재·농식품·에너지 등 산업계 내 배출량 측정·관리는 복잡한 과정입니다. 부품별·원재료 성분별로 배출계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최 대표는 회사 구성원들이 이에 대응하기 위한 충분한 전문성을 갖춘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그 역시 컨설팅업체 엑센추어와 두산중공업 그리고 한화에너지 등 여러 기관에서 에너지·환경 업무를 수행한 이력이 있습니다.
해외에는 이미 페르세포니나 워터셰드 같은 유명 탄소회계 스타트업들도 존재합니다. 워터셰드의 경우 올해 2월 1억 달러(약 1,375억 원)가 넘는 투자를 유치해 유니콘 기업 반열에 등극했습니다.
최 대표는 “세일즈포스 같은 수준의 글로벌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업체가 국내에는 없었다”며 “탄소중립이란 주제로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추후에는 “(산업계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업들이 기존에 활용하던 내부 시스템과 유연하게 연결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 중이란 것이 그의 말입니다. 실제로 철강 등 특정 산업에 특화된 시스템 표준화 과제를 수행 중이라고 최 대표는 이야기했습니다.
또 현재 정보통신산업진흥원으로부터 4억 5,800만 원을 지원받아 카본트랙을 추가로 고도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탄소회계에 대해 최 대표는 “(원청사의) 어떤 요구사항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드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짚었습니다. 원청사 역시 협력업체의 데이터를 공유받을 수 있을 플랫폼이 필요하고, 데이터 교류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 역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그는 “인류가 아예 탄소중립 자체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현재 내뿜고 있는 배출량이 얼마인지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어느 장소에서 배출량이 많은지 계속 파악해야 그에 맞춰 감축노력을 설계해 이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 대표는 “배출량 데이터를 수치화하고 데이터화하는 것들은 계속 중요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