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소배출량 데이터 관리SW ‘카본트랙’…편의성 최대 강점
- 탄소중립 대응, 배출량 데이터 관리가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
- 배출량 가격 매기기 위해선 명확한 데이터 필요…기후공시 의무화 단초
탄소배출량 데이터 관리SW ‘카본트랙’…편의성 최대 강점
“탄소중립 대응, 배출량 데이터 관리가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
“배출량 가격 매기기 위해선 명확한 데이터 필요…기후공시 의무화 단초”
[ESG경제신문=김현경 기자] 탄소중립을 향한 전세계적인 흐름이 ESG공시 의무화, 탄소국경세 도입 등 제도적으로 자리 잡아가고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자발적 움직임이 가속화하면서 국내 기업의 수출과 생존을 위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SG경제신문은 최근 기업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각종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카본사우루스’(CarbonSaurus)의 최현준 대표를 만나 글로벌 화두로 부상한 탄소중립 대응 방안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최 대표는 먼저 “탄소중립 대응을 위해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배출량 데이터 관리”라며 “데이터가 자동으로 관리될 수 있는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만들어놓으면 (대기업을 포함해 중소, 중견기업도)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탄소중립 요구 대응, 배출량 데이터 관리 가장 중요”
최 대표의 이같은 생각은 기업용 ‘탄소회계’ 플랫폼 개발로 이어졌다. 현재 카본사우루스의 주력 서비스는 공급망내 배출량을 포함한 기업의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하고 이를 관리, 분석해주는 소프트웨어 ‘카본트랙(CarbonTrack)’이다.
카본트랙의 차별성에 대해 최 대표는 “편의성”을 꼽았다. 그는 “기업 내에서 설비별, 사업장별로 담당자들이 사용하기 편하도록 했다”며 “많은 조직내의 담당자들이 연계돼 데이터를 입력하고 집계할 수 있도록 UI/UX 디자인 등 편의성에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엑셀 등 수기 작업을 통한 휴먼에러와 데이터의 중복, 누락을 막고 배출량 데이터의 정확성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최 대표는 “카본트랙은 또한 스코프3 배출량 데이터 관리를 위해서 적합한 배출계수를 (자동) 제공하는 기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스코프3 배출량은 기업의 직접적인 비즈니스 활동에 따른 배출량(스코프1)과 전력 사용에 따른 배출량(스코프2)을 제외한 원자재 조달에서부터 상품의 운송과 폐기까지 이르는 전체 가치사슬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을 뜻한다. 기업이 직접 통제할 수 없는 공급망내 협력업체의 배출량도 여기에 포함된다.
유럽연합(EU)과 미국 캘리포니아주, 싱가포르, 호주 등이 스코프3 배출량 공시를 의무화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은 스코프3 배출량 의무공시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최근 기후 공시 의무화 흐름 속에서 특히 스코프3 공시를 위한 데이터 수집 필요성이 커지면서 탄소회계 소프트웨어가 각광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탄소회계 플랫폼 선도기업인 미국의 페르세포니(Persefoni)는 2020년 설립된 신생 기업이지만 지난 3월 5000만달러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해 누적 투자금액 1억5000만달러(약 2066억원)를 돌파했다. 2019년 설립된 워터셰드(Watershed)도 지난 2월 1억달러(1376억원)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한 가운데 기업 가치가 18억달러(2조 4777억원)에 달한다.
최 대표는 페르세포니나 워터셰드 같은 기업이 급성장할 수 있게 된 배경에 대해 “미국과 같은 선진 시장에서는 (탄소회계 소프트웨어)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굉장히 높다”며 그 요인으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몇 년 전부터 (기후공시) 의무화를 도입할 것이라는 얘기가 계속 있었고, (애플, 구글, MS 등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자발적인 기업들의 움직임도 많았기 때문에 (시장에) 요구사항들이 계속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의 경우에는 아직 (공시) 의무화 시점도 확정이 안 된 상황이고 또 (기업의) 요구사항이나 자발적인 움직임도 조금 더 늦지 않나 생각한다”며 “하지만 (기후) 공시 의무(에 대한 요구)가 늘어날수록 국내 탄소 회계시장도 커질 것이고, 더 빠르게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예측했다.
이어 최 대표는 회사 운영을 통해 “자체적인 자본이나 전문인력이 없는 모든 기업들이 다 탄소중립에 동참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비전”이라며 “그걸 통해 아주 크게는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두번째로 국내 많은 기업들이 산업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기후공시 의무화, 탈탄소 전환 단초이자 전제”
최 대표는 “기업의 탄소 감축을 유도하려면 탄소배출량에 대해 가격을 매겨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명확한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현재의 산업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선 ‘공시 의무화가 첫 단초이자 전제 조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의 경제 및 산업 시스템상 기업이 생산을 늘리면 늘릴수록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 배출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비용을 생산자든 정부든 부담을 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에 대한 가격화가 필요하고, 가격화가 되기 위해서는 현재 기업들이 얼마만큼의 탄소를 배출하고 있고 배출원은 어디인지에 대한 명확한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 대표는 “거기서부터 출발하는 게 지금 기후공시 의무화의 의미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시스템이 되어야 전 지구적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이 가능하다. 빨리 많은 기업들이 (기후공시 의무화에) 참여를 하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이를 위해 명확한 규제와 일관성 있는 정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 탄소배출량 감축 지원 플랫폼 지향
지난 2022년 11월 설립된 카본사우루스는 기업들이 탄소중립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IT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다. 프라이머와 소풍벤처스를 통해 씨드투자를 받았고 중소벤처기업부의 팁스(TIPS)에 선정된 데 이어 최근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유망 SaaS(소프트웨어 기반 서비스) 개발 육성지원사업에도 참여했다.
카본사우루스는 기업의 탄소 배출량 관리에서 더 나아가 탄소를 감축해야 하는 기업과 재생에너지, 배터리, 히트펌프 등 감축기술을 가진 기업을 연결하는 플랫폼 ‘카본마켓’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더불어 이 모든 과정에서 기업들의 탄소중립 대응을 위한 전반적인 컨설팅 제공까지도 사업 영역으로 포괄하고 있다.
최 대표는 이 중 배출량 감축을 위해 “가장 보편적인 기술은 재생에너지, 그 중에서도 태양광 발전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많이 도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첫번째 목표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특히 “신재생에너지 수급을 원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PPA(전력구매계약)를 준비해주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창업 전까지 두산중공업, 한화에너지 등에서 커리어를 쌓으며 재생에너지 개발 등의 업무를 해온 최 대표는 “SK나 삼성전자 같은 많은 기업의 RE100에 대한 관심과 문의를 받으면서 재생에너지 수급 등과 관련해 기업이 전문성을 많이 필요로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무엇보다 글로벌 요구사항에 대응해 RE100뿐만 아니라 탄소중립에 대한 요구사항들이 많다는 것을 느낀 것이 창업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기존 전력시장과 달리 이젠 기업들이 어디서 전기를 사왔는지도 중요한 상황이 됐고 기업이 스스로 신재생에너지를 직접 수급해야 하는 등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한편 탄소중립을 향한 전세계적인 흐름이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ESG 관련 정책 수립에 가장 앞서나가는 유럽연합(EU)은 ESG 공시 의무화를 위한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을 제정했으며, 올해 1월부터 이 법이 발효됐다. 미국도 현재 반ESG 세력의 소송으로 도입이 일단 보류된 상태이지만, 지난 3월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기후공시 기준을 승인하고 2026년부터 의무 공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EU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2026년부터 본격화해 대상 업종에 해당하는 역내 생산품과 수입제품 간의 탄소 배출 비용 격차에 대해 EU 기준에 따른 추가적인 탄소 비용을 부과한다. 미국도 정유, 석유화학, 철강 등 12개 수입 품목에 배출량 1톤당 55달러의 탄소가격을 매기는 ‘청정경쟁법(CCA)’을 추진 중이다.
각국이 도입하고 있는 규제뿐만 아니라 탄소중립 선언 등 기업의 자발적 움직임 역시 활발하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대기업들이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하며 자사 공급망 협력업체들에 탈탄소화를 요구하고 있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한다는 자발적 민간 이니셔티브 ‘RE100’에 가입한 국내 기업의 수는 36개사, 전세계 431개사로 늘어났다.